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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문단-소설] 돌배꽃 피고 지듯요령소리와 상두꾼들이 부르는 운상소리는 점차 멀어져가고 바람결에 펄럭이는 만장을 앞세워 행여 뒤를 따라는 꽃상여는 신불산 중턱으로 쉼 없이 가고 있다. 조금 전에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으로 가고 있는 예쁜 꽃상여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고갯길에 눈길을 멈추고 서있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면서 애간장을 녹이는 출상만가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한숨을 토해내기도 한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인간 세상 하직하고 어-허 허화홍 어화 넘차 어화홍 이제 가면 언제오나 이내 일신 한번 가면 어느 때 나 또 올란고 어-허 허화홍 어화 넘차 어화홍 북망 산천이 머단더니 앞산이 북망산천이요 어-허 허화홍 어화 넘차 어화홍 서른서이 상두꾼아 발을 맟춰 운상하소 어-허 허화홍 어화 넘차 어화홍 “아이고 저 어린 것을 두고 우째 눈을 감았을꼬, 쯧쯧쯧” 코맹맹이 소리 끝에 한숨까지 내쉬며 동네 아낙은 말 끝에 혀까지 찬다. 맞장구를 치던 할멈도 치맛자락 끝을 잡아끌어 눈물을 찍어낸다. 그들은 조금 전 상여 뒤를 짧은 걸음으로 따라가던 여덟 살배기 어린 맏상주를 떠올리는 것이리라. 1 혜성그룹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는 정명우는 전무실 비서의 인터폰을 듣고 검토하던 서류를 뒤로 미룬 채 전무실로 간다. 전무가 반갑게 맞으며 의자에 앉기를 권하지만 그는 바짝 긴장한다. “지난번 기획조정실에서 기획한 동구권 시장 전략 건 말이야.” 전무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건네주는 사이 그는 입이 바짝 탄다. “어허 정차장, 왜 그렇게 긴장하나? 회장님께서 자네가 올린 동구권 시장 전출 기획안을 추진하라고 하셨네.” 정명우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흡뜨고 전무부터 쳐다본다. “여기 일정표가 나와 있네. 당장 폴란드로 가서 지사를 설치하게. 자네 기획을 추진해봐. 그쪽 시장을 공략하라는 지시야. 자넨 일약 부장으로 특진된 걸세.” 전무실에서 나온 정명우는 이제야 해냈다는 성취감에 젖으면서도 한편으론 현지의 판매망 확장에 신경이 쓰여 자료실부터 찾아간다. 출국을 앞두고 얼마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정작 출국 하루 전에야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에 잠시 주춤거리고 서 있는 아내의 눈길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여보,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의 심증을 알고 있는 듯 아내는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목소리는 맥이 빠져있다. “어디 아파?” “아니에요. 내일 떠나시니까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쉴 줄 알았는데.” 몹시 낙담한 얼굴표정을 애써 감추는 아내가 갑자기 안쓰럽게 보였다. “가능하면 오늘은 일찍 들어오도록 노력해 보겠지만, 정말 미안해.” 갑자기 염치가 없어진 그는 슬그머니 현관문을 빠져나왓다. 그래 조금만 참아주라, 지금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힘찬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아파트 광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2 부산행 기차를 탄 정명우는 차창밖에 흐르는 전경을 바라보면서 참담한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뜬다. 부산역에 내려서도 그는 주위를 여러 번 둘러보고 대합실에서는 일부러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한 번 더 살펴보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고향으로 가는 버스가 방금 전 떠나고, 다음 차편이 두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그냥 택시를 세우고 무조건 차에 올랐다. “배내골로 갑시다” “배내골이라, 전 그 길을 잘모르는데요. 손님 죄송합니다.” 배내골의 교통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는 두 말 않고 택시에서 내려 시외버스 주차장 주변에 쭉 늘어선 택시 기사들한테 배내골로 갈 수 있는 차가 있는지 타진해 본다. “타십쇼. 배내골 누구네 가십니까?” “그곳을 잘 아시는 것 같군요.” “제 처갓집이 그곳이니까요.” 택시기사의 말에 흔쾌히 택시에 오른 그는 차창 문을 조금 열고 고개를 내밀 듯 석남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문든 어머님과 함께 나들이 했던 유년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절간의 풍경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해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택시가 덜컥 멈추는 바람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무슨 일입니까?” <다음호에 이어서...> * 안 혜 숙 1990년 <문학과의식>에서 중편소설 ‘아버지의 임진강’으로 신인상 당선 1991년 중편소설 ‘저승꽃’으로 KBS문학상 수상 (사)한국문인협회 강화지부 소설분과 위원장, 문학과 의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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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마당] 바람흔들리는 마음...... 임의 그림자는 저 멀리 가고 이 허허로움을 잡아줄 그대는 어디 있는지 나뒹구는 낙엽처럼 어디론가 떠나볼까나 구름처럼 산허리에 걸쳐 앉아볼까나 날아가는 정염을 잡으려 하니 바람도 내 편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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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마당] 人生의 허무함삶의 그늘속에서 발버둥치며 달려온 인생의 마지막 갈림길에 서서 희망도 절망속으로 들어가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오직 행복을 갈망했던 나에게 안겨주는 것은 절망 뿐 극복해 나가려 온 정성 다하지만 변천해 가는 세상사가 내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여기서 좌절하면 후회가 막심할거고 주위 독지가들의 욕심 때문에 실망을 더욱 안겨준다 먼저 간 친구들 편히 살다오라고 손짓하는데 그대로 머물 수 없고 쇠약해진 육체의 힘도 내 마음을 괴롭게 한다 낙엽처럼 떨어져 가는 인생길도 못 다한 아쉬움을 남긴 채 훌훌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초로의 인생 길이라서 원망도 하소연도 후회없이 가는 길 이제와서 그 무엇을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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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강화학생백일장 최우수작] 단풍나무단풍나무가 파티에 가려나 울긋불긋 화장을 하고 아니면, 부끄러우서 얼굴이 빨개졌나? 단풍나무야! 너는 왜 가을마다 색이 변하니? 나는 궁금해 혹시 빠알간 장미꽃이 되고 싶니? 그럿도 아니면, 염색을 하는 거니? 아! 알았다! 가을이 되면 전화를 하나? 아니면, 가을이 오는 게 부끄럽니? 그것도 아니면...... 혹시 사과처럼 빨간 열매가 되려나? 단풍나무야! 너는 도대체 가을만 되면 왜 빨개지니? 단풍나무야! 제발 알려줘 나는 정말 궁금해 꼭!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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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문단-수필] 아름다운 황혼추운여름이 있을까만 올여름 더위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놀이터에는 한더위를 비켜 오후 4시가 지나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걸리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로 주민들이 모여든다. 젊은 엄마도 있지만, 절대 손자를 보는 일 없을 거라고 입찬말을 했던 나를 포함하여 대개는 할머니들이다. 그러나 때론 익숙하지 못한 솜씨로 어색하게 유모차를 밀고 나오는 할아버지들도 더러 있다. 오늘도 예쁜 리본을 머리에 꽂은 손녀를 데리고 106동에 사는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한때는 남편과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고 가족 앞에서 호통 치며 당당하게 살았음직해 보이는 할아버지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는 빨간 유모차를 밀고 나와 저만치서 수줍은 처녀처럼 다소곳이 아기만 내려다보며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첫눈에 정년퇴임한 교육자이거나 공직자였을 것 같아 보인다. 보진 않았지만 저 할아버지의 오른쪽장지에는 아마도 굳은살이 박혀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밤잠을 설치며 소중한 사춘기도 접어둔 채. 펜과 씨름을 했을 손가락,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손에서 펜을 뗄 수 없었을 대학생활, 어렵사리 잡은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상 책상 앞에서 사용했을 손가락을 상상해보았다. 이번에 유모차를 밀고 나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한적한 곳을 찾아 사색에 빠져있다 어쩌면 당신이 걸어온 길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을 걸어갈 수밖에 없을 어린 손자가 걱정스러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그것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조용히 침묵으로 아기에게 속삭이는지도 모르겠다. 또 있다. 아기가 토실토실 한 것으로 보아 아기의 기본 체중을 훨씬 넘었을성싶은 달덩이 같은 손자를 데리고 나와 아녀자들 대화에 곧잘 끼어드는 넙데데한 1003호 할아버지다. 마음씨가 착하고 털털해 보이는 이 할아버지는 그 인상대로 세상을 편하게 사셨을 것 같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사시는 것 같다 그리고 늘그막에 아들집에서 손자재롱이나 보며 살아 갈수 있는 지금의 안정된 노후를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은 아주 행복해 보이는 할아버지다. 그런데 늙기는 매한가지거늘 할머니와 달리 서툴게 유모치를 밀고 나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할머니와는 달리 조금은 짠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무서운 할아버지가 계셨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고 싶어 할 때면 “우리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와.” 할 만큼 무서운 할아버지가 계셨다. 고을 군수가 부임하여 인사를 오지 않으면 단걸음에 달려가 군청 지붕이 날아갔다. “아니 군수는 부모두 없어? 어른도 몰라보는 위인이 군민을 다스린다구?” 할아버지의 역정은 군수영감을 난감하게 했다. 인근에선 이런 우리 할아버지를 호랑이 할아버지라고 무서워들 했지만 그 호랑이할아버지에게도 자상하고 따뜻한 가슴은 있었다. 이른 봄 해빙기가 되어 땅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벌레 죽으니 뜨거운 물 땅에 버리지 말라 당부 하시고 보릿고개에는 굶는 사람을 생각하라시며 흰쌀밥을 먹지 못하게 하실 만큼 정도 깊으셨다. 난 이런 우리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우리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안의 경제권을 놓지 않으셨으며 가족의 위계질서를 분명히 하셨다. 환갑이 가까운 아들에게도 언제나 당당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였으니 집안의 모든 결정 또한 할아버지의 권한이었고 온 가족은 할아버지의 결정에 따랐으며 집안은 늘 평화로웠다. 가을이면 새끼줄에 꿰어 처마 끝에 주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하나도 할아버지의 승낙 없이는 맛도 볼 수가 없을 만큼 무섭던 호랑이 할아버지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 호랑이 할아버지가 내 할아버지여서만은 아니다. 비록 지천인 곶감하나도 할아버지 허락 없이는 먹을 수가 없었지만, 집안의 모든 결정권을 아들 며느리에게 일임한 채 감히 손자손녀의 버릇없는 행동을 보고도 나무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순하다 순한 현대판 할아버지를 보며, 옛날 내 할아버지가 저러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겐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아들 말대로 나는 1세기 전 사고가 아직도 익숙한 탓일 런지는 모른다. 할아버지는 항상 집안의 웃어른이어야 하고, 가족의 존경과 사랑을 마땅히 받아야하고, 어떠한 상황에서건 어떠한 처지에서건 할아버지의 자리는 거기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할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처신으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문제다. 마지막 순간까지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으셨던 우리할아버지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내 마음은 오늘도 몸 둘 바를 몰라 이렇게 좌불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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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마당] 초가을가속도로 흐르는 세월은 여름의 푸른 들을 건너 어느덧 옷깃을 여미게 하나 철새들도 겨우살이 걱정인가 길을 찾는다 온갖 식물들 모두 들길에 서서 사색하는 계절 나는 바람에 시달리는 들국화를 만나러 들길을 걷는다 때로는 삶속에서 까닭모를 허전함을 느껴 흘리던 눈물 마르고 다시 오마던 오랜 친구처럼 느낌으로 오는 가을아 달빛도 서리를 입어 하얗게 내린다 내 영혼의 차디찬 뜨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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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강화학생 백일장 최우수작] 바다강원도 여행에서 바라본 동해는 가식적이었다 여러 번 놀러 가도 내가 볼 수 있던 것은 물뿐이었다 강화대교 지나며 바라본 바다에는 흙이 있었다. 끈적끈적한 진흙도 아니고 남들 눈엔 더러운 물에 해초가 흔들리고 있었다. 뿌리로는 부족해 온-몸을 씨앗 같이 묻혀 있었다. 흙탕물에 몸을 맡긴 풀과 두 근원이 합쳐진 그 생명의 국물을 나도 맛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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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마당] 외포항의 밤석모도 산 너머 노을이 진다 봇짐지고 뱃전에 올라 애절한 석가의 사랑 찾아 신사를 향하는 사나이 소진한 삶이 한스러워 권태로운 세상이 옥죄어 온 것일까 울분에 몸을 파리하게 떨며 닥쳐오는 파도 갈매기 갯바위 쪼아대며 꿈을 꾸고 소금기 머금은 잔잔한 포말이 새우잡이 지친 어부 어깨를 포근히 감싼다 비린내 밴 횟집 간판이 네온 빛에 영글 때 오래 삭힌 바람 따라 외포항은 곤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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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화문단-수필] 선민의 미소 <2부>가을볕에 말리던 붉은 고추를 거두며 시인처럼 이야기 하던 에디타. 오래된 시골집이지만 그녀의 성격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나는 그녀의 생활을 눈 여겨 보면서 그녀야말로 참다운 한국여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잃지 않은 그녀의 우아한 미소... 예전처럼 세련된 모습은 세월 속에 묻혀 갔지만 소리 없는 그녀의 미소가 시골집 뜰 안으로 가득 머물러 있었다. 그날. 우리는 그녀가 농사 지은 깻잎을 따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역시 시골이라 고기 굽는 것도 특이했다. 반쪽으로 자른 드럼통에 커다란 석쇠를 얹혀놓고 그 아래에는 숯불을 피웠는데 그렇게 구운 고기가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맛있지? 이렇게 구우면 기름이 쏙 빠져서 좋아” 남편과 함께 친구를 대접하는 에디타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치질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또 다른 사업을 하는 그녀의 남편도 결혼 초의 모습 그대로였다. 언제 부도를 맞았냐는 듯이 건강한 체격과 어울리는 음색이 아직 젊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우아하게 웃어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집들이 때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 그녀를 놓쳤으면 귀농 아닌 귀농의 생활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여인을 만나기란 어려웠을 것이리라. 농촌의 생활이 너무 고되서 너도 나도 땅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드는 이 시대에 에디타의 또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되어 가슴까지 뭉클해지고 있었다. 더 큰 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한 에디타. “안녕히 가세요!” 9살이 된 그녀의 딸도 순진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집을 나설 때 상냥하게 인사를 해서가 아니다. 한밤중에도 아무런 내색 없이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던 순진한 눈빛이 그걸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초록 어린이. 약을 대로 약아지는 도시의 아이와는 좀 다른 멋이 있었다. 그래서 농민은 선민(選民)이라고 하는 걸까? 어쩌면 그녀가 잃고 싶지 않다던 더 큰 것이란 남편의 자존심과 딸의 정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기다리고 있던 시골에서의 생활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집안의 넓직한 뜨락 외에는 한 평의 땅도 없는 애숭이 농부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인생을 순응하며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느껴져서였다. 한 사람의 옷을 위해 디자인 하던 그녀의 섬세한 손길이 수확을 위한 땅의 옷을 입히는 디자이너로 변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진정 선민(選民)이 된 그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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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강화학생 백일장 장려작] 내동생호빵, 호야, 도토리, 뚜껑, 금돼지 별명이 많은 내 동생 나한테 까불고 장난을 많이 치는 내 동생 그래도 나한테는 소중한 내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