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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화문단-수필] 선민의 미소 <2부>

윤 석 인 작가

기사입력 2022.08.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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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볕에 말리던 붉은 고추를 거두며 시인처럼 이야기 하던 에디타. 오래된 시골집이지만 그녀의 성격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나는 그녀의 생활을 눈 여겨 보면서 그녀야말로 참다운 한국여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잃지 않은 그녀의 우아한 미소... 예전처럼 세련된 모습은 세월 속에 묻혀 갔지만 소리 없는 그녀의 미소가 시골집 뜰 안으로 가득 머물러 있었다.

     

    그날.

     

    우리는 그녀가 농사 지은 깻잎을 따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역시 시골이라 고기 굽는 것도 특이했다. 반쪽으로 자른 드럼통에 커다란 석쇠를 얹혀놓고 그 아래에는 숯불을 피웠는데 그렇게 구운 고기가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맛있지? 이렇게 구우면 기름이 쏙 빠져서 좋아”

     

    남편과 함께 친구를 대접하는 에디타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치질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또 다른 사업을 하는 그녀의 남편도 결혼 초의 모습 그대로였다. 언제 부도를 맞았냐는 듯이 건강한 체격과 어울리는 음색이 아직 젊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우아하게 웃어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집들이 때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 그녀를 놓쳤으면 귀농 아닌 귀농의 생활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여인을 만나기란 어려웠을 것이리라. 농촌의 생활이 너무 고되서 너도 나도 땅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드는 이 시대에 에디타의 또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되어 가슴까지 뭉클해지고 있었다.

    더 큰 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한 에디타.

     

    “안녕히 가세요!”

     

    9살이 된 그녀의 딸도 순진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집을 나설 때 상냥하게 인사를 해서가 아니다. 한밤중에도 아무런 내색 없이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던 순진한 눈빛이 그걸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초록 어린이.

     

    약을 대로 약아지는 도시의 아이와는 좀 다른 멋이 있었다.

     

    그래서 농민은 선민(選民)이라고 하는 걸까?

     

    어쩌면 그녀가 잃고 싶지 않다던 더 큰 것이란 남편의 자존심과 딸의 정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기다리고 있던 시골에서의 생활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집안의 넓직한 뜨락 외에는 한 평의 땅도 없는 애숭이 농부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인생을 순응하며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느껴져서였다.

     

    한 사람의 옷을 위해 디자인 하던 그녀의 섬세한 손길이 수확을 위한 땅의 옷을 입히는 디자이너로 변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진정 선민(選民)이 된 그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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