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어서오시겨’…강화 사투리에는 정겨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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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서오시겨’…강화 사투리에는 정겨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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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는 사투리가 많이 쓰여진다.(사진은 기사 특정사실과 무관함/사진=최환금 기자)>

 

강화도에 처음 가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뚝뚝한 말투에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강화 고유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듣기에는 투박한 느낌을 받지만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정하고 정감이 가는 어감을 느끼게 된다. 강화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레 느끼는 사투리지만 외지인들은 모를 때는 불쾌할 수 있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정겨운 강화 사투리에 대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인천 사람이 모르는 인천 사투리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인천이 아닌 강화도 말이다.

 

강화도는 지난 199531일을 기해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됐다. 당시 강화군은 함께 편입된 김포 일부와 옹진을 합쳐 954의 면적과 인구 235만 명의 거대 광역시의 한 지역이 됐다.

 

그렇지만 강화도는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자체 향토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이다. 처음 듣는 사투리가 많아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물론 지역별로 사투리가 존재한다. 알다시피 사투리는 어느 한 지역에서만 쓰는 말로, 표준어가 아닌 말을 뜻한다.

 

그런데 경상도·전라도 사투리나 북한 사투리는 TV 방송 등에서 많이 인용돼 어색하지 않다. 하물면 강원·제주 사투리까지도 낯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강화도 사투리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 생경스럽다.

 

‘~시꺄’ 등 상대적 된발음에 듣기에는 투박한 느낌 대룡시장, 황해 연백군 피난민 정착… 북한말투 비슷 오해 소지 불구 정감이 가는 어감에 알수록 친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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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올어바웃인천)>

  강화도에서는 인사말부터 다르다. 흔히 하는인사말로 표준에서 -세요, -시오로 끝나는 어미에서는 -시겨라는 말을 쓴다. 어서오세요는 어서오시겨, 안녕히 계세요는 안녕히 계시겨로 한다.

 

상대에 대해 확인하고자 할 때에는 -시갸, -시꺄를 자주 사용한다.

 

실례로 안녕하세요? 할 땐 안녕하시꺄, 계십니까?는 계시꺄라고 한다. 말투가 된발음이라서 다소 오해 소지가 있지만 사투리이기에 듣기에 따라 다르다.

 

호칭에서도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를 흔히 아부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라는 호칭이 뭔가 근엄한 무게감이 있어서 친근하게 아부지로 대신 부르는 경우로 생각했다.

 

지금의 아이들이 아버지 대신 아빠로 부르는 것처럼 어렸을 때는 당연히 아부지라고 호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역시 강화도 사투리이다. 아버지는 아부지, 어머니는 어머이로 불렀다. 당연히 할아버지는 할아부지, 할머니는 할머이였다.

 

그런데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는 또 다르다.

 

외할아버지는 외할아부지로 부를 것 같았는데 오자라버지로 부른다. 그리고 외할머니를 오잘머니, 외삼촌은 오삼촌이라고 한다.

 

사실 강화도가 경기, 인천, 서울과 인접한 곳이라 이들 지역에서도 이런 호칭을 사투리로 생각치 않고 일반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화도 사투리는 은근히 받침을 탈락하는 동사가 많다. 대표적으로 -갑시다, -합니다가 있다.

 

갑시다는 갑의 이 탈락돼 -가이다, 합니다는 합의 이 탈락돼 -하이다'가 된다.

 

단어 및 형용사에서도 표현이 다른다.

 

심부름을 강화도에서는 심바람이라고 하며, 찬물을 쏜물, 추운날을을 쏜날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제주도 사투리는 일반인이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이다. 강화도 사투리도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단어를 사용한 예로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 "아버지 심부름으로 시장에 갑니다"라는 대화는 강화도 사투리로 "안녕하시꺄? 어디가시꺄?" "아부지 심바람을 시장에 가이다"가 된다.

 

역시 한 번에 알아듣기 쉽지 않은 말이다.

 

이밖에도 무는 무이, 했습니다는 했시다, 똑같지 않게는 깔죽읍시, 못난 짓은 더럽다, 넣어 먹어라는 처 먹어라, 끈적끈적은 뿌진뿌진 등 표준어와 많이 다르다.

 

이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강화도 특히 인근의 교동도는 북한 황해도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상권도 황해도 연안장이나 배천, 해주쪽과 연계성이 많고 혼인 풍습도 북쪽과 연계성이 컸다.

 

전쟁으로 북한에서 피난온 연백군 주민들이 귀향하지 못하고 교동도에 정착하면서 남과 북의 문화과 혼재하게 됐다. 말투 역시 북한말로 오해받을 정도로 유사하다.

 

이후 교동도는 그들의 오랜 문화와 1960~1970년대 스타일이 머물러 있는 '레트로'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접경지로서 교동도 주민들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강화도 주민들의 정겨운 사투리도 이어가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지방이 도시화가 되면서 언어도 자연스레 표준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만큼 사투리의 사용 빈도가 적어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투리가 되레 생소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강화도는 일반적인 변화와는 차이가 있다. 육지에 속하지 않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도 생활 면면에 적지 않은 다름이 있다.

 

강화도가 인천광역시 지역으로 된지 어느덧 만 27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처럼 강산이 두세번 변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투리는 면면에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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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강화군)>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다. 인천 역시 사투리가 있을 수 있다. 검색사이트를 동원해 인천 사투리를 찾아보니 없는 것은 아니다.

 

못생긴 생선으로 알려진 아귀를 인천에서는 물텀벙이로 말한다. 다양한 야채를 양념에 버무린 무생채를 인천에서는 채장아찌로, 생선 알탕이 아닌 계란이 되기 전의 어린 알로 만든 알탕은 닭알탕으로 부른다. 또한 계란은 겨란, 닭알이라고 한다.

 

단어 몇개를 나열하면서 굳이 인천 사투리라고 표현하기는 어색하다. 그렇기에 말투로 쓰이는 사투리, 즉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본래의 인천 사투리 여부는 알 수 없다. 강화도 사투리를 인천 사투리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오랜 세월이 경과하게 되면 강화도 지역이 인천으로 편입된 것처럼 사투리도 인천의 사투리로 자리매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투리에는 지역적 특성이 담겨 있다. 행정 지역은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어도 생활 속 사투리는 강화 고유의 말로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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