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이어서 “죄송합니다.” 기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운전을 하고, 그는 차창 밖 주변을 살핀다. 산 짐승이라도 나타난 것이리라, 토끼는 아닐 테고 고라닌가? 요즘은 멧돼지도 나온다는데…그는 차창문을 활짝 연다.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덥치자, 크게 숨을 내쉬고는 차창문을 닫다가 주변을 다시 훑는다. 옛날에는 언양읍내에서 신불산 뒷산 허리를 걸어서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야 했지만 지금은 새 길이 뚫렸기 때문에 사십여 구비만 돌면 된다는 운전기사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병풍처럼 이어져 ...
높은 하늘은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합니다 맑은 하늘은 보고싶은 사람을 더욱 보고 싶게 합니다 푸르른 하늘은 우리의 마을을 더욱 흔들리게 합니다 가을 하늘이 전하는 당신의 향기에 나도 안부를 전합니다 오늘따라 시린 가슴이 하늘에 오릅니다. * 손 윤 경 교동 청춘브라보 운영, 강화읍 한두뼘 1,2 갤러리 대표 강화미술협회 회원, 한강문학 편집위원 (사)한국문인협회 강화지부회원
요령소리와 상두꾼들이 부르는 운상소리는 점차 멀어져가고 바람결에 펄럭이는 만장을 앞세워 행여 뒤를 따라는 꽃상여는 신불산 중턱으로 쉼 없이 가고 있다. 조금 전에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으로 가고 있는 예쁜 꽃상여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고갯길에 눈길을 멈추고 서있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면서 애간장을 녹이는 출상만가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한숨을 토해내기도 한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인간 세상 하직하고 어-허 허화홍 어화 넘차 어화홍 이제 가면 언제오나 이내 일신 한번 가면 어느 때 나 또 올란고 어-허 허...
흔들리는 마음...... 임의 그림자는 저 멀리 가고 이 허허로움을 잡아줄 그대는 어디 있는지 나뒹구는 낙엽처럼 어디론가 떠나볼까나 구름처럼 산허리에 걸쳐 앉아볼까나 날아가는 정염을 잡으려 하니 바람도 내 편이 아니네......
삶의 그늘속에서 발버둥치며 달려온 인생의 마지막 갈림길에 서서 희망도 절망속으로 들어가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오직 행복을 갈망했던 나에게 안겨주는 것은 절망 뿐 극복해 나가려 온 정성 다하지만 변천해 가는 세상사가 내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여기서 좌절하면 후회가 막심할거고 주위 독지가들의 욕심 때문에 실망을 더욱 안겨준다 먼저 간 친구들 편히 살다오라고 손짓하는데 그대로 머물 수 없고 쇠약해진 육체의 힘도 내 마음을 괴롭게 한다 낙엽처럼 떨어져 가는 인생길도 못 다한 아쉬움을...
단풍나무가 파티에 가려나 울긋불긋 화장을 하고 아니면, 부끄러우서 얼굴이 빨개졌나? 단풍나무야! 너는 왜 가을마다 색이 변하니? 나는 궁금해 혹시 빠알간 장미꽃이 되고 싶니? 그럿도 아니면, 염색을 하는 거니? 아! 알았다! 가을이 되면 전화를 하나? 아니면, 가을이 오는 게 부끄럽니? 그것도 아니면...... 혹시 사과처럼 빨간 열매가 되려나? 단풍나무야! 너는 도대체 가을만 되면 왜 빨개지니? 단풍나무야! 제발 알려줘 나는 정말 궁금해 꼭! 알려줘! ...
가속도로 흐르는 세월은 여름의 푸른 들을 건너 어느덧 옷깃을 여미게 하나 철새들도 겨우살이 걱정인가 길을 찾는다 온갖 식물들 모두 들길에 서서 사색하는 계절 나는 바람에 시달리는 들국화를 만나러 들길을 걷는다 때로는 삶속에서 까닭모를 허전함을 느껴 흘리던 눈물 마르고 다시 오마던 오랜 친구처럼 느낌으로 오는 가을아 달빛도 서리를 입어 하얗게 내린다 내 영혼의 차디찬 뜨락으로...
추운여름이 있을까만 올여름 더위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놀이터에는 한더위를 비켜 오후 4시가 지나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걸리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로 주민들이 모여든다. 젊은 엄마도 있지만, 절대 손자를 보는 일 없을 거라고 입찬말을 했던 나를 포함하여 대개는 할머니들이다. 그러나 때론 익숙하지 못한 솜씨로 어색하게 유모차를 밀고 나오는 할아버지들도 더러 있다. 오늘도 예쁜 리본을 머리에 꽂은 손녀를 데리고 106동에 사는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한때는 남편과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고 ...
석모도 산 너머 노을이 진다 봇짐지고 뱃전에 올라 애절한 석가의 사랑 찾아 신사를 향하는 사나이 소진한 삶이 한스러워 권태로운 세상이 옥죄어 온 것일까 울분에 몸을 파리하게 떨며 닥쳐오는 파도 갈매기 갯바위 쪼아대며 꿈을 꾸고 소금기 머금은 잔잔한 포말이 새우잡이 지친 어부 어깨를 포근히 감싼다 비린내 밴 횟집 간판이 네온 빛에 영글 때 오래 삭힌 바람 따라 외포항은 곤히 잠든다.
가을볕에 말리던 붉은 고추를 거두며 시인처럼 이야기 하던 에디타. 오래된 시골집이지만 그녀의 성격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나는 그녀의 생활을 눈 여겨 보면서 그녀야말로 참다운 한국여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잃지 않은 그녀의 우아한 미소... 예전처럼 세련된 모습은 세월 속에 묻혀 갔지만 소리 없는 그녀의 미소가 시골집 뜰 안으로 가득 머물러 있었다. 그날. 우리는 그녀가 농사 지은 깻잎을 따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역시 시골이라 고기 굽는 것도 특이했다. 반쪽으로 자른 드럼통에 커다란 석쇠를 얹혀놓고 그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