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다’는 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서 황당하다는 뜻이다. ‘어처구니 없다’와 같은 말이다. 어이가 없든, 어처구니가 없든 생겨서는 안 되는 일이 생겨 황당하다는 의미는 같다. 지난 2014년 4월 6일,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고교생 등 승객 304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모두가 익히 아는 일이라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너무나도 아픈 사고를 다시 기억하는 것은 유사한 대형 참사가 또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10월 29일 밤 10시 22분께 서울 용산구 ...
”돌아가서 제발 일 좀 하라“ 지난달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말한 비속어에 대해 MBC에서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항의하기 위해 MBC 본사를 찾았다가 노조 등의 제지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서 누구의 잘, 잘못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날 ”국민 세금 낭비 말고 국회 가서 일 좀 하라“는 구호가 의원들에게 쏟아진 것에 대해 곱씹어보자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시민과 군민을 대표하는 시의원과 군의원은 주민 세금으로 세비를 받...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푸르며 말은 살찐다'는 뜻의 4자성어로, 가을의 접두사처럼 쓰인다. 그런데 가을을 일컫으면서 왜 말이 살찌는 것이 연관됐을까. 중국 변방에서 흉노족(匈奴族)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나온 말의 유래는 차치하고 계절적인 면을 살펴보자. 가을은 표현하기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다. 이 가운데 가을 하면 무엇보다 풍요로움이 연상된다. 그래서 가을에는 '여름과 겨울 사이 계절' 외에도 '농작물을 거둬들이다'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풍요로운 것은 만족할 정도로 여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7일 0시 기준 누적 2435만9702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 보다 8417명 감소하는 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5일 7만1471명, 16일 5만1874명, 17일 4만3457명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입원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도 17일 477명으로 전날 516명보다 하루 새 39명이 줄어드는 등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재 코로나19 세계적인 펜데믹 현상은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근래 ...
워라밸. 지금은 그저 하나의 단어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때 유행처럼 뜨거운 호응을 받은 말이다. 알다시피 워라밸은 ‘Work-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직장인은 높은 업무 강도, 규정보다 많은 야근 심지어 퇴근 후 이어지는 업무 지시 등 근로시간이 과중한 현실이다. 일하면서 개인의 삶을 위한 시간을 가져볼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쉼(휴식)이나 개인적인 시간이 없게 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워라밸은 직장인의 간절한 소망이 됐다. ...
휴일이 이틀 이상 계속되는 연휴는 언제든 즐거운 날이다. 설이나 한가위(추석) 명절에 연휴까지 이어지면 더욱 좋다. 우리 고유 명절인 설·추석은 각각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긴다. 모두 동일하게 표현해 어느 명절이 이른바 '찐 명절'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설은 양력 1월 1일, 음력 1월 1일로 구분하는 양력설과 음력설로 나뉜다. 가정마다 각각의 기준으로 설을 쇤다. 음력설이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공식 휴일이 인정된 때는 1985년이며, 3일 연휴로 인정된 시기는 1989년이다. 추석은 이보다 더 오래전에 공휴...
공자·맹자 사상은, 대략 2,500여 년 전에 설파된 윤리 방식이다. 맹자의 가르침 중역지사지란 남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모든 일에 다툼이 일어날 때, 상대주의적 관점을 갖자는 행동 강목이다. 그런데, 이 상대주의 관점에는 큰 맹점이 있다. 바로 절대적 가치의 부재를 뜻한다. 절대 가치의 부재는 모순을 잉태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옹호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러시아를 옹호하는 친구는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러시아 친구들 모두가 전쟁은 러시아 수호를...
가끔은 아포리즘에 침잠하는 시간들이 있다. 사자성어나 maxim이 주는 명제에만 함몰되어 주변상황이나, 객관적 태도를 갖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가령,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이 문장은 얼핏 보면, 멋진 아포리즘 같지만, 이 말의 맹점은 당연지사를 무슨 큰 허물인양 모자라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는데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대부분, 교양이고 상식이다. 또한 전문 분야의 것은 전문가 아니면 문외한일 뿐이다. 때로는 상식조차 모를 때가 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은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떤 사...
지난 7월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강화군 의회 박승한 신임의장을 찾았다. 박 의장을 처음 대했을 때, 의장 자리가 주는 선입견 탓인지 견고한 철옹성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묵직한 저음에서 나오는 단단한 성문(聲紋)은 거대한 요새처럼 느껴졌다. 곧, 박승한 의장을 공략할 준비를 한 필자는 대화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성을 지키는 수문장에게 덤비는 양이(洋夷)꼴이 되었다. 이곳저곳을 표적으로 속사포처럼 쏘아 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박 의장에게서 흡사 병인, 신미양요 때 강화를 지키...
강화군수 유천호의 인생을 한마디로 규정 짓기는 쉽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특정인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이력을 들추어낸다. 그래서, 생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가령, 회사의 오너는 지원자에게 이력서를 요구한다. 이력서에는 지원자의 실루엣이 나타나 있다. 그 실루엣에서 오너는 실체를 읽으려 애를 쓴다. 어쩌면, 그 실루엣은 실상은 커녕, 허상으로 포장된 화장(化粧)일 수도 있지만, 오너들은 상대의 윤곽이라도 잡으려 한다. 그런데, 이력을 모르면, 얼굴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력서를 읽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