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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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전쟁이다. 선거에 참여한 대다수의 정치인은 아름다운 패자보다 비열한 승자가 되길 원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최종 목표는 당선이다. 3 수능이 끝나고, 가끔 친구들과 모여 심심풀이로 고스톱이나 포커를 쳤다. 그 판에서 사람마다 특성이 나타난다.

 

승부욕이 별로 강하지 않았던 필자는 만나서 얼굴을 보며 먹고 즐기는 자체만으로도 만족을 느꼈다. 어차피 끝나면 판돈으로 먹거리를 즐겼기 때문에 꼭 돈을 따는 게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 중 유난히 승부욕이 강했던 한 친구가 있었다. 고스톱이든 어떤 게임이든 시합이 벌어지면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로 거의 승부에서 앞서는 친구였다.

 

이기기 위해선 영화 타짜처럼 기술도 사용하곤 했다. 물론 같이 그 판에 참여한 친구들은 그 친구가 기술을 사용한다는 걸 전혀 몰랐었고 나 자신도 몰랐다. 어떤 게임이든 벌어지면 70% 이상 그 친구가 위너가 됐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둘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사실이 신기하고 궁금해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왜 그리 승부에 집착하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의 말은 간단했다. 다 같이 판돈을 걸고 승부를 벌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자체도 작은 전쟁터라고 했다. 전쟁에서 지면 대부분은 승자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그게 싫어서 그런다고 했다. 같이 참여해서 한 사람에게 판돈이 몰리면 승부가 끝나는데 자신은 자신의 돈을 잃고 돈을 딴 친구의 처분에 따라 얻어먹는 것이 싫다고 했다.

 

같은 돈을 투자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술도 사고 밥도 사는 것이 훨씬 더 슬기롭고 우월한 삶이라고 했다. 그래서 악착같이 승리를 위해 살짝 반칙도 했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친구가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절대로 궁색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조직에서 리더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선거는 더 치열하다. 철저하게 승자만이 기억될 뿐 패자의 의미는 역사적으로도 승자를 위한 수식용이 될 뿐이다. 이번 치러지는 대선은 유난히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한다. ·야 두 후보 모두 엄청난 가족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선거에 참여했던 혹자는 이런 대선은 처음이라고 한다. 후보들의 리스크는 결국 네거티브 선거 전략의 엄청난 호재다.

 

정책적으로 누가 더 유능한가보다 어느 후보가 더 리스크가 강한가가 상대를 끌어내리는데 훨씬 가성비가 크기 때문이다. 그 네거티브의 휘발성이 얼마나 더 큰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선거가 됐다. 선거에서는 결코 네거티브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승부가 치열해도 어느 정도 적당했으면 좋겠다. 참으로 씁쓸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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