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엄마랑 아빠랑 집 앞 논누렁을 걷는다 가까이에서 본 논은 분명 흙탕물 같은데 논을 가만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늘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우리 집 뒷산까지 보인다 하늘을 담은 물은 파랑 산은 담은 물은 초록 구름을 담은 물은 하양 노을 담은 물은 핑크 온 세상을 거꾸로 담은 논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같다.
가난(貧)해도 나른대로 낭만과 풍류를 가지며 살고 싶다. 지금부터 얼마나 살겠는가? 후회 없게 보다 즐겁게 살자꾸나. 무공아. 강화 전원주택에서 막걸리 즐기고 시 읊으면서.
소리없이 촉촉하게 밤새 내린 비 개나리 진달래 울긋불긋 꽃봉오리 맺으며 버들가지 늘어져 파릇파릇 새싹의 푸른 물결 바람에 이루고 신비로운 하늘의 물방울 깊은 겨울잠을 깨고 산하의 수목들 대지가 소생(蘇生)이 되네.
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이왕 가지고 나온 작품이니 평이나 들어보자는 생각게 원들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응, 꽤 많이 썼는데…” 그는 내 작품들을 한 자라도 빼놓지 않을 듯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도중에 소주 한 병과 마른안주가 도착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 작품을 대하는 그의 진지함이 내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는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고, 흐흥 거리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한 편만 읽고 나머지 소설들은 대충 눈으로만 훑고는 내 앞에 밀어놓았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지...
바람 부는 강변에는 하얀 파도가 조용히 밀려오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애잔한 흐느낌에 피어난 꽃의 숨결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피안의 세월 속에서 쌓이는 그리움도 사랑도 아름다운 행복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물결소리 벗 삼아 종일 바람에 흔들리며 아직도 강변에 서서 하얀빛을 비춰 주고 언제가 거기 서 있을 것만 같은 당신
“무슨 책 찾으세요?”” 그의 반응 역시 무심하게 흘러나왔다. “아니 그저, 그쪽은요?” “저도 그냥 단편이나 하나 읽어 볼까 해서...” 서먹함과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진 가운데 그가 한 권의 책을 내게 보였다. “이거 읽어 보셨어요? 장편 소설인데.”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가 계속 내 앞으로 책을 내미는 바람에 나는 예의상 그 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김문혁 장편이네요? 운명의 시간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재밌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런대로 괜찮아요.” 뜻밖에도 ...
쓰레기장에 버려진 蘭 화분 변죽 떨리어 볼품없는 모습 너무 애처로워 품에 안고 왔다 마사토와 부엽초 넣어 분갈이 하여 토닥여 주며 어줍잖은 눈빛으로 몇마디 건네였을 뿐인데 무더위와 긴 가뭄 혹한 잘도 견디어 내더니 그 아픔 다 잊은 듯이 늘 힘에 겨워 선잠으로 끙끙대던 아내의 처진 어깨 위에 꽃이 피워 올랐지 뭐야
“그때 선생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를 몇 번 했어요.” “원래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거지.” “그런 가요?” “결혼은 했겠지?” “네, 글 쓰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못할 짓이더군요. 그래서 차라리 나 좋다고 매달리는 남자와 알콩달콩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어...”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괜찮아? 부끄러워서 그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사랑하는 남자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겠지. 그거 나쁜 거...
양치기들은 별을 보면서 자야 하지만, 팝콘 장수는 자기 집 지붕 아래서 잠들 수 있지. 사람들은 양치기보다는 팝콘 장수를 더 선호한다는 거야.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한낮의 햇빛이 병원 후원을 잠식하고 있다. 에메랄드빛 나무들 사이로 철쭉과 라일락 등 갖가지 꽃들의 잔치가 벌들과 나비들을 불러들인다. 꽃구경으로 황홀함에 빠져있던 나는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떼들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어어, 어! 갑자기 누군...
찬바람 쌩쌩 꽁꽁 얼은 땅 속에 새싹들의 속삭임이 있습니다. 누렇게 마른가지에 바삭바삭 마른 잎사귀가 떨어지고 뾰족뾰족 연둣빛 새싹들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 봄이 오면 새싹이 나고 꽃도 피고 아지랑이도 춤을 추겠지 나의 삶, 나의 마음이여! 너무 추워도 아파하며 슬퍼말아요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는 것처럼 내 여린 가슴에도 밝고 환한 꽃이 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