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貧)해도 나른대로 낭만과 풍류를 가지며 살고 싶다. 지금부터 얼마나 살겠는가? 후회 없게 보다 즐겁게 살자꾸나. 무공아. 강화 전원주택에서 막걸리 즐기고 시 읊으면서.
소리없이 촉촉하게 밤새 내린 비 개나리 진달래 울긋불긋 꽃봉오리 맺으며 버들가지 늘어져 파릇파릇 새싹의 푸른 물결 바람에 이루고 신비로운 하늘의 물방울 깊은 겨울잠을 깨고 산하의 수목들 대지가 소생(蘇生)이 되네.
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이왕 가지고 나온 작품이니 평이나 들어보자는 생각게 원들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응, 꽤 많이 썼는데…” 그는 내 작품들을 한 자라도 빼놓지 않을 듯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도중에 소주 한 병과 마른안주가 도착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 작품을 대하는 그의 진지함이 내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는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고, 흐흥 거리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한 편만 읽고 나머지 소설들은 대충 눈으로만 훑고는 내 앞에 밀어놓았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지...
유담 인재교육원 원장.(前예명대학원대학 리더십학과 교수. (사진=강화군청) 책이란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그래서인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서점에는“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가 건물 앞에 커다랗게 써 붙여있다. 책으로 삶이 바뀌는 현상은 필자에게도 나타났다.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정년퇴직하고 강화도에 정착한 나에게 작은 책 한 권이 나타난 것이다.몇 주 전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고부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강화도 기독교 역사에 관한 책...
그날 밤 밤새 방안을 서성거리다 창밖을 우두커니 보는데 가로 등 불빛 하나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 깜박거리는 불빛에 따라 내가 가슴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화기를 찾아 114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 한전을 대달라고 했던가, 어쨌든 전화번호를 몇 번 뺑뺑이 하고 난 다음에야 우리 집 주소를 대고 가로등 위치를 알렸다. 마침 동생이 내 방을 기웃거리다 내행동을 봤는지 한 마디 쏜다. “참 언니도 별나, 가로등까지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소설이나 써라. 그렇게 엉뚱한 일로 시간 보내면서 언제 글 써서 소설가 되냐?” ...
물결이 일렁일 때 나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면 나는옛 이야기 떠올리며 살아갈 테요 파도가 치면 나 또한 그대 생각에 가슴앓이 달래며 바라볼 테요 바람불어 잔물결이 일렁이면 함께 보았던 저 수평선 앞에서 그대 얼굴 그려가며 추억으로 아파 할 테요.
오랜만에 고개 들어 지구 한 바퀴 돌며 사치(奢侈)를 부린다. 산이랑 구름이랑 일렁이는 바람과 간지러운 햇살 하늘과 마을이 잠겨있는 얼음덩어리 풀린 논(畓)에 꽂혀있는 파란 풍년(豊年) 만인(萬人)의 밥상을 차릴 장바구니
바람 부는 강변에는 하얀 파도가 조용히 밀려오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애잔한 흐느낌에 피어난 꽃의 숨결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피안의 세월 속에서 쌓이는 그리움도 사랑도 아름다운 행복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물결소리 벗 삼아 종일 바람에 흔들리며 아직도 강변에 서서 하얀빛을 비춰 주고 언제가 거기 서 있을 것만 같은 당신
“무슨 책 찾으세요?”” 그의 반응 역시 무심하게 흘러나왔다. “아니 그저, 그쪽은요?” “저도 그냥 단편이나 하나 읽어 볼까 해서...” 서먹함과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진 가운데 그가 한 권의 책을 내게 보였다. “이거 읽어 보셨어요? 장편 소설인데.”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가 계속 내 앞으로 책을 내미는 바람에 나는 예의상 그 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김문혁 장편이네요? 운명의 시간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재밌어요?”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런대로 괜찮아요.” 뜻밖에도 ...
쓰레기장에 버려진 蘭 화분 변죽 떨리어 볼품없는 모습 너무 애처로워 품에 안고 왔다 마사토와 부엽초 넣어 분갈이 하여 토닥여 주며 어줍잖은 눈빛으로 몇마디 건네였을 뿐인데 무더위와 긴 가뭄 혹한 잘도 견디어 내더니 그 아픔 다 잊은 듯이 늘 힘에 겨워 선잠으로 끙끙대던 아내의 처진 어깨 위에 꽃이 피워 올랐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