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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고마비, 축제의 계절

기사입력 2022.10.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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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푸르며 말은 살찐다'는 뜻의 4자성어로, 가을의 접두사처럼 쓰인다. 그런데 가을을 일컫으면서 왜 말이 살찌는 것이 연관됐을까.

     

    중국 변방에서 흉노족(匈奴族)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나온 말의 유래는 차치하고 계절적인 면을 살펴보자.

     

    가을은 표현하기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다. 이 가운데 가을 하면 무엇보다 풍요로움이 연상된다. 그래서 가을에는 '여름과 겨울 사이 계절' 외에도 '농작물을 거둬들이다'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풍요로운 것은 만족할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날씨도 가을은 햇살이 뜨겁지만 선선하고 서늘한 바람에 활동하기에 좋다.

     

    그래서인가 보다. 가을에는 대학가나 단체, 지자체 등에서 많은 축제, 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몇 해 전 갑작스런 코로나19 펜데믹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진행됐다. 축제는 커녕 몇 명 모이기도 힘들게 됐다.

     

    그로부터 3년, 코로나19 진정세로 거리두기가 완화됐다. 급기야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마저 해제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자유롭다. 그동안 미뤄졌던 모든 행사가 봇물처럼 연쇄적으로 열리고 있다.

     

    멀리 지방까지 볼 필요 없이 인근 경인지역만 봐도 그렇다. 우선 경기도는 남·북부의 광범위한 지역만큼이나 수많은 축제가 잇따랐다.

     

    9월말~10월초에 걸친 축제만 해도 경기 고양시의 고양호수예술축제·고양국제무용제, 경기 파주시의 Let's DMZ·벽초지수목원 가을꽃 국화축제, 경기 광명시의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 경기 부천시의 부천국제만화축제, 경기 수원시의 힐링폴링 수원화성·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경기 안성시의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인천광역시 역시 9월말~10월초에 걸친 축제가 인천독서대전, 부평풍물대축제, 연수능허대문화축제 등에 이어 10월 들어 소래포구 축제를 필두로 삼랑성역사문화축제, 배다리 책피움 한마당, 달빛가득 계양산성,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등 잇따라 축제의 장이 열렸다.

     

    강화에서도 9월 강화문화재야행, 강화포도축제에 이어 10월에 강화삼랑성축제 등이 잇따라 열려 오랫동안 침체된 지역 분위기와 흥을 돋웠다.

     

    하지만 마냥 좋다고만 하기에는 씁쓸함도 있었다. 손에 바닥과 등의 양면이 있고,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축제에도 명암이 있다.

     

    3년만에 열린 축제 행사답게 수많은 인파가 몰려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런데 주최측의 준비 부족이나 관람객의 무질서, 행사 후의 쓰레기 처리 외면 등 좀 더 '깔끔한 행사'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어떤 행사든 완벽하기는 어렵다. 일말의 지적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옳지 않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누구나 실수나 실패할 수는 있다. 일에 대한 준비를 잘해도 시행착오를 겪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실수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비판이나 지탄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격려가 필요하다.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즐긴 만큼 마무리도 잘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가을은 가히 축제의 계절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보다 우리로서 함께 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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