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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지사지(易地思之), 그리고 그 모순(矛盾)

기사입력 2022.08.2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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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맹자 사상은, 대략 2,500여 년 전에 설파된 윤리 방식이다. 맹자의 가르침 중역지사지란 남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모든 일에 다툼이 일어날 때, 상대주의적 관점을 갖자는 행동 강목이다. 그런데, 이 상대주의 관점에는 큰 맹점이 있다. 바로 절대적 가치의 부재를 뜻한다. 절대 가치의 부재는 모순을 잉태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옹호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러시아를 옹호하는 친구는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러시아 친구들 모두가 전쟁은 러시아 수호를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서 온 세계가 유가, 식량, 물가 폭등으로 난리 법석인데도 말이다.

     

    그들의 관점은 조폭이 동네 식당을 찾아가서 식당을 깨부수고 온갖 행패를 부리는데, 조폭들의 범죄행위를 옹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조폭의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기껏해야, 동네 식당이 삥땅에 협조하지 않으니까 개판을 쳤다는 뜻이다.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러시아가 맞다. 이 말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내 아들이 살인을 저질러 만인의 지탄을 받지만, 내 아들이니까 지지한다는 주장과 동일하다.

     

    상대주의 관점의 극단적 예로, 아직도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팩트를 부인하는 무리도 있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자는 대한민국을 도운 ‘자유우방 16개국’은 대한민국을 앞세워 북한을 침공한 유엔의 조력자라는 말과 진배없다. 심지어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화하려고 했던 전후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그게 역지사지인가.

     

    지금부터 2,400~2500여 년 전 설파된 공·맹사상은, 1966년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도전했던 류사오치(劉少奇)·린뱌오(林彪) 등 반당수정주의 비판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으로 평가 절하되었던 적이 있었다. 중국공산당이 공맹 사상을 비난한 이유는 공자·맹자는 지배계급에 기생하여 노예제도를 찬양했으며, 공맹의 인의(仁義)사상은 공산혁명의 핵심인 폭력주의를 배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림비공운동과 동반된 문화대혁명은 모택동을 신격화하여, 반문혁파 2천여만 명을 죽였다. 이는, 나치의 600만 유대인 학살, 크메르 루즈가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와 함께 인류가 저지른 대만행의 끝판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공산주의가 주창하는 절대자 1인을 쟁점으로 국가 사회를 통치해야 한다는 철권통치 사상은 한 사람을 위해 그 나머지가 왕의 신민으로 살아야 했던 절대왕정사상의 극대칭 버전에 불과하다.

     

    역지사지, 그 역설적 모순. 푸틴이나, 시진핑, 김정은 모두, 절대 권력의 결말은 언제나 비참했다는 인류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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