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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살았다

기사입력 2022.08.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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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아포리즘에 침잠하는 시간들이 있다. 사자성어나 maxim이 주는 명제에만 함몰되어 주변상황이나, 객관적 태도를 갖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가령,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이 문장은 얼핏 보면, 멋진 아포리즘 같지만, 이 말의 맹점은 당연지사를 무슨 큰 허물인양 모자라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는데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대부분, 교양이고 상식이다. 또한 전문 분야의 것은 전문가 아니면 문외한일 뿐이다. 때로는 상식조차 모를 때가 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은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떤 사실을 모른다고 할 때, 그 사람을 아싸(out-sider) 취급을 할까?

     

    일전에 누가 나에게 김성태를 아느냐고 물었다. 김성태?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이, 형은 김성태도 몰라요? 대한민국 사람 맞아요? 어이가 없었다. 고작 사람 한 명을 모른다고 저토록 쏘아 붙이는 그는 누구인가? 알고 보니 정치기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김성태라는 사람은 당시 여당의 원내총무였던가? 정치인에 대하여 문외한이었던 나는 갑자기 멍해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살았다'는 문장은 그래서 많은 이들을 자학하게 하면서 동시에 불쾌감을 던진다. 나는 학창시절, 꽤 많은 과목들을 선택하여 들었다. 역사학, 영문학, 국문학, 사회학, 교육학, 심리학, 철학이나 사상사는 물론이고 광고학이나 정치학개론까지 두루 섭렵했다.

     

    , 사회복지론 까지. 게다가, 경제사나 해방신학, 사회구성체 논쟁, 그러고 보니 혁명사까지 공부했었다. 지금은 거의 내용이 남아 있지 않지만, 포퍼와 마르쿠제의 '혁명이냐 개혁이냐'의 논쟁까지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유명작가들의 생애는 거의 다 읽었던 것 같다. 그들이 사랑했던 연인들까지. 그런데, 아는 것은 물론 빙산의 일각이다. 가끔, 후회하곤 한다. 왜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아는 게 거의 없다. 내가 아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취업관련 기술서 말이다. 사람은 자신의 관심분야가 각기 다르다. 취업하려고 애써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지엽적인 문제로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전의 나는 의 문제와 삶과 죽음, 자아 표현, 그리고 이 세계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늘 고민하곤 했으니까.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살았다. 당연하다. 모르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니까. 인간의 앎은 우주의 티끌보다 적은 양이다.

     

    공자가 지자불혹(知者不惑)이라고 했다. 아는 자는 현혹되지 않는다. 나는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아 왔다. 그래서 흔들리는가... 묘시생(卯時生)의 숙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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